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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소설] 각자의 삶1 - 광현 이야기(1~3) 본문
※모든 내용은 픽션입니다. 작가와는 관계가 없는 내용이니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 질투
“아메리카노 그란데 사이즈 한 잔이요”
주문을 외치고 결제하는 방향으로 차를 움직여 결제를 한다. 차를 조금 더 움직여 pick up이 쓰여있는 곳에 멈췄다.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그란데 사이즈 한잔 나왔습니다.”
커피를 받고 한 모금 마셔본다.
호로록
‘이 맛이지!’ 한 모금 마신 커피를 차 안 컵 홀더에 꽂아 놓고 엑셀을 밟는다.
사이드 미러에는 스타벅스 간판이 보였다가 사라졌다.
차는 이윽고 포천의 한 골프장에 도착했다.
로비 앞에서 차 트렁크를 열어주자 직원들이 자신의 골프 백을 어디론가 가져가는 게 보인다. 다시 차를 몰아 주차장에 주차하고 짐을 챙겨 클럽하우스 로비로 향한다.
“광현아 여기야. 어서 준비하고 나와 우리는 다 준비됐어”
소파에 앉아있는 세 명의 남자 중 한 명이 외쳤다.
나는 오케이 사인을 보낸 후 로비에서 탈의실 키를 받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오랜만에 만나는 이 친구들은 고등 동창이자 골프를 함께 치는 멤버로 김진우, 송진성, 강주호다.
인사를 주고받으면서 잡담을 하다가 시간이 되자 함께 카트 대기 장으로 내려갔다.
카트에는 ‘송진성 님 09:39’이라고 쓰여있다.
이번에도 진성이 지인 덕으로 좋은 골프장에 회원권으로 골프를 치게 되었다.
시간이 되자 다들 카트에 탑승했고, 첫 번째 홀에서 몸을 풀다가 카트 뒤쪽을 살펴보니 진성의 골프 백과 골프채들이 금색으로 반짝거렸다. 골프채에는 황금색 바탕에 영어로 Majesty가 휘황찬란하게 그려져 있다.
“어? 채 바꿨어?” 진우가 진성에게 물었다.
“어 얼마 전에 코인 대박 나서 싹 갈았지~!” 진성이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야 이거 마제스티 아니야? 엄청 비쌀 텐데 수익 크게 봤나 봐?”
진우가 부러운 듯이 얘기했다.
“이번에 코인 투자했던 게 대박 나서 한 2억쯤 벌었어.”
‘2억? 2억이라니 엄청나다. 요새 한창 붐인 비트 코인을 하면 저렇게 버는 건가?’
안 듣는 척하면서 사실 귀는 계속 듣고 있다.
진성이는 고등학교 때 나보다 못 살았던 친구였는데 지금은 사업을 하면서 부자 반열에 올랐다.
부부관계도 순탄하고 지금은 아이가 셋이나 있는 다둥이 아빠다.
그리고 이제는 투자마저도 잘하니 아랫배가 살살 아파지는 것 같다.
“와 완전 대박 났네 투자 비법이 뭐냐?”
가만히 있던 주호도 갑자기 물었다.
“리딩 고수 하나 잘 만나서 그렇지. 그 사람이 하라는 대로만 하면 금방 돈 벌더라고”
“와 나도 알려줘”
진우가 물어보면서 셋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내심 부러웠지만 그냥 듣기만 하고 내 차례가 와서 스윙을 한다.
휭~ 퍽 퐁당
내 공은 잘못 맞아서 오른쪽 개울에 떨어졌다.
첫 스윙부터 해저드라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진성이가 돈을 많이 벌어서 그런가? 계속해서 실수를 연발했고, 진성이는 투자의 성공만큼이나 골프도 성공적으로 잘 쳤다.
“비싼 채라 그런가 너무 잘 맞네!”
진성이가 약 올리듯 얘기하는 게 귀에 거슬린다.
그에 비해 내 채는 산지 벌써 5년이 넘었고, 잔흠집도 많았다.
황금빛으로 반짝거리는 진성이 채에 비해 너무 초라해 보였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9홀에서 잠시 쉬어가면서 투자 얘기에 대한 논의는 점점 더 깊어 갔다.
진성이는 오늘 토론의 주인공이었고, 나는 예전에 하던 주식도 계속 손해만 보다가 현재는 투자할 만한 부분을 찾고 있었기에 안 듣는 척하면서도 다 기억하고 있었다.
골프는 마무리되었고, 진성이가 1등 진우가 2등 주호가 3등이었다.
꼴찌를 하니 기분만 더 안 좋아진다.
진성이는 오늘 점심도 자기가 산다고 한다.
골프장 안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했는데 닭볶음 탕 4인짜리가 무려 15만 원이었다.
‘닭볶음 탕에 금가루를 넣은 건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모두들 잘 먹겠다고 하면서 식사를 이어갔다.
그리고 진성이의 계속된 코인 투자 연설은 집에 갈 때 돼서 끝이 났다.
집으로 가는 내내 연신 차 안에서 담배를 피워 댔다.
부러움일까 짜증일까 왠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물론 오늘 골프 성적도 좋지 않았기에 더욱 화가 나는 것 같았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까 본 진성이의 채를 검색해 본다.
풀세트의 가격이 무려 2,800만 원이다.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커진다.
‘진성이는 돈도 잘 버는데 나 같은 사람을 더 잘 되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지잉 지잉 스마트폰이 울렸다.
[Web발신] 정*현님 11/29일은 XX 카드 결제일입니다.
스마트폰에서 자신의 이번 달 카드 결제 예상 금액을 살펴본다.
‘11월 결제 예상 금액 3,133,000원’ 진성이에게 300만 원쯤은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더욱 자괴감이 들었다.
지잉 지잉
다시 스마트폰이 울렸다.
“안녕하세요! 코인으로 경제적 자유를 원한다면 아래의 링크로 들어와 주세요! http://open.kakao.com/asdf 코드번호는 1123입니다.”
원래는 무시했을 내용이지만 진성이가 얘기한 코인 얘기가 기억났다.
링크를 누르자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자신의 프로필 생성 란이 나타난다.
대화방에 들어가자 방장이 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반갑습니다 인생은 한방님^^”
-2- 욕심
로또 용지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QR코드 인식을 하니 결과표가 화면에 나온다.
‘아쉽게도, 낙첨되었습니다.’
“아 짜증나”
피고 있던 담배를 책상 위에 있던 종이컵에 쑤셔 넣으면서 외쳤다.
재떨이로 만들어 놓은 스타벅스 종이컵에는 이미 넘칠 듯한 담배꽁초들로 가득했고 침을 가득 뱉어 놓았기 때문에 불이 붙어있던 담배는 치익 소리를 내며 잠깐이나마 자신을 불태우던 생을 마감했다.
로또에 당첨되면 사려고 했던 마제스티 골프채와 BMW 자동차, 한강이 보이는 집이 날아가는 순간이다.
다시 담배 한 대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코인 앱을 실행시켜 화면을 본다.
수많은 그래프들은 각자 코인들의 현재 가격을 알려주었다.
자산 화면을 클릭하자 화면에 새파랗게 질린 숫자를 한숨을 쉬었다.
주식을 하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자신의 잔고가 빨갛다는 것은 이익을 의미하며, 파랗다는 것은 모두 손실을 의미한다.
지잉 지잉. 스마트폰 진동이 울렸다.
[**은행 이자 납입] 정*현님의 대출금 80,000,000원에 대한 이자 금액은 466,667원입니다.
코인에 투자하기 위해 빚까지 내면서 투자한 마이너스 통장 대출 만기일이 벌써 돌아왔다.
하지만 잔고는 수익이 아닌 마이너스 60%를 바라보고 있다.
종목을 추천받았던 리딩 방의 오픈 카톡 방은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친구 추가했던 리딩 방 고수님은 카카오톡 아이디마저 없어졌다.
처음 리딩 방에 들어갔을 때는 의심을 했다.
하지만 같은 채팅 방의 다른 사람들이 수익이 생겨서 고맙다는 말들이 계속 올라오니 차츰 그 경계가 무너졌고, 리딩 방의 방장인 투자 고수의 조언으로 10만 원을 투자해 보았다가 35%의 수익을 얻었다.
그다음 조언에는 자신감이 점점 붙어 투자 금액을 50만 원으로 올렸더니 20%를 얻었고, 세 번째는 200만 원으로 10%의 수익을 얻었다.
단기간에 고수가 예상한 수익률을 거의 정확하게 성공적으로 달성했다.
고수님의 말을 듣고 사랄 때 사고, 팔라고 했을 때 파니 아무 어려움 없이 3일 동안 35만 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네 번째는 욕심이 커져 더 큰 수익 위해 통 크게 1,000만 원을 투자했다.
하루 만에 15% 수익을 얻고 나니 고수님을 존경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갑자기 고수님이 500만 원을 입금하면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대박 종목으로 50%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이때가 기회라고 생각하고 바로 500만 원을 입금했다.
그러자 개인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다.
“안녕하세요 리딩 고수 ***입니다. 항상 저희 리딩 방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드리며, VIP 고객님이신 인생은 한방님만을 위하여 XX 종목을 내일(수) 10시에 5,500원에 바로 구매하시고, 다음 주 월요일 12시에 8,250원에 파시면 됩니다. 항상 그렇듯이 제 말과 시간을 반드시 엄수해야 수익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고 나만 아는 고급 정보라고 생각해서 신이 났다.
5,500원에 약 12,500주를 구매했다.
약 7천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마이너스 통장 대출까지 받아 투자하였고, 주가는 금요일까지 3일간 7,500원까지 올라가면서 늘어나는 자산으로 자신의 미래의 모습을 기대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토요일부터 갑자기 조금씩 떨어지더니 월요일에는 5,000원까지 떨어졌고 걱정이 커지자 코인 고수에게 물어보았다.
“이 종목 가격이 떨어지는데 괜찮은 건가요?”
“그럼요. 이게 다 내부 주요 정보를 얻고 알고 있는 것이며, 개미들 터는 작업입니다. 아무 걱정 마시고 일요일까지는 조금 가격 변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월요일 12시에 바로 파시면 됩니다. 저 믿으시죠? 말씀드린 8,250원이라는 금액은 정확히 12시에만 발생하니 그때 반드시 파셔야 합니다^^”
고수의 웃음(특수문자)을 보니 더욱 안심이 생긴다.
코인은 거의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에 주말 내내 가격에 대해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일요일 오후가 되어도 주가는 4,000원에 머물러 있었다.
고수님을 믿고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하면서 밤을 지새웠다.
월요일 오전 9시, 주가는 일요일보다 더 떨어져 3,500원이 되었다.
고수님에게 다시 연락하면 안 될 것 같아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오전 10시, 3,500원이었던 주가는 3,000원이 되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연락해 봐야 하나? 걱정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 손이 떨리고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등골이 오싹해지고 내가 사기를 당한 건가? 하는 걱정도 들기 시작했다.
오전 11시, 주가는 갑자기 4,000원이 되었다.
아 드디어 시작되는 건가! 신나서 들뜨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11시 10분부터 주가는 갑자기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12시 정각, 주가는 3,000원이 되었다.
11시 20분경 주식 고수에게 이미 연락을 했으나 고수와의 개인 채팅 방에는 ‘알 수 없음’이라는 사람밖에 남지 않았다.
또한 기존 오픈 채팅방도 사라지고 없었다.
당했다는 생각에 뒷골이 아파지기 시작했다.
키보드를 집어던지고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치면서 욕을 퍼부었다.
경찰에 신고를 하고 싶어도 불법 리딩 방에 가담한 것밖에 되지 않고, 고소할 고수의 정보마저도 없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주가는 2,500원이고, 신용대출로 마이너스 통장 대출받은 금액의 이자 만기일이 도래한 것이다. 입에서 빨간 불빛을 내며 타고 있는 담배처럼 자신도 밝게 빛나는 날이 언젠가 올거라고 생각하면서 담배를 크게 한입 빨고 자신의 한숨을 보고 싶은지 많은 담배 연기를 내뱉어 본다.
뿌연 연기는 작은방에서 이리저리 돌다가 어느새 사라지고 없어졌다.
-3- 코스프레
지잉 지잉
스마트폰이 울린다.
눈을 비비면서 새빨개진 눈으로 스마트폰을 확인한다.
‘어디야? 오고 있어?’
전 아내의 카톡이다. 큰일이다. 늦었다.
‘응 가고 있어 차가 좀 막히네’
라고 보내고 부랴부랴 씻고 옷을 입고 문밖으로 나간다.
아차차 차 키를 잊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 차 키를 챙기고 자신의 차로 뛰어간다.
부르르르릉 덜덜 부르르릉 덜덜덜
시동마저 안 걸린다.
“이 똥차야 제발 좀!” 브레이크 페달을 꾹 밟고 한 번 더 시동 버튼을 누른다.
부르르릉 이제서야 차의 시동이 걸렸다.
8년 전에 구매한 풀옵션 그랜저는 이제 똥차가 되어버렸고, 여기저기 긁힌 상처들로 인해 8년보다 더 되어 보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중 주차가 되어 있는 차들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면서 창문을 열고 담배를 연신 피워대며 운전하면서 놀이공원 주차장에 도착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열심히 광장으로 뛰어간다.
“아빠~” 6살, 4살쯤 보이는 여자아이 둘이 자신에게 뛰어온다.
“우리 딸들~ 잘 지냈어?”
“어제 미진이가 나 때렸어 혼내줘.”
“거짓말하지 마. 언니가 나 괴롭혔잖아!”
딸 둘이서 싸우는 것을 보니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것 같다.
키가 조금 큰 아이는 첫째 딸 혜진이고, 볼을 부풀리고 언니에게 화내고 있는 아이는 미진이다.
옆에서 한 여자가 오더니 말을 건넨다.
“왜 이렇게 늦었어 추운 데서 애들이 기다렸잖아."
“차가 너무 막혔어.”
하지만 수연은 퀭한 눈과 옷매무새 등 상태를 슬쩍 보더니 한숨을 쉬는 게 보인다.
두 딸과 놀이 기구를 타면서 신나게 놀고 머리띠와 풍선을 사서 아이들에게 나누어 준다.
점심시간이 되자 놀이공원 안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들어왔다.
“나는 햄버그스테이크!”
“나는 돈가스!”
메뉴를 크게 소리치는 아이들을 보고 수연은 미소를 짓고 있다.
하지만 앞에 있는 자신을 보고 미소는 싹 사라진 채로 묻는다.
“당신은?”
“나는 아무거나..”
이 말을 들은 수연은 갑자기 화를 낸다.
“아무거나가 어디 있어 도대체 언제까지 결정도 안 하고 그럴 거야? 메뉴 판은 봤어?”
“나도 그럼 돈가스 먹을게. 아니 왜 또 화를 내고 그래”
“답답하게 식사 메뉴 결정 안 하는 건 여전하네”
“또 시작이네 정말 왜 그래 도대체?”
“내가 지금 화 안 나게 생겼어?”
혜진이가 작은 목소리로 얘기한다.
“그만해..”
수연은 혜진의 말을 듣고 눈치를 보면서 얘기한다.
“아 그래 미안 애들아 엄마 아빠 싸우는 거 아니야.”
혜진의 말에 부부는 조용해진다.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밥 먹자 밥”
나도 주제를 어서 돌렸다. 항상 이런 식이다.
부부의 싸움에 브레이크를 거는 건 아이들의 몫이다.
종업원에게 주문을 하고 약 15분 뒤 음식들이 차례차례 나오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신나서 맛있게 밥을 먹으면서 떠들고 있다.
아이들이 화장실에 같이 다녀온다며 자리를 뜨자 수연이 얘기한다.
“지난달부터 양육비는 왜 안 보내?”
“아 지금 문제가 좀 있어서..”
“월급쟁이가 왜 돈을 못 보내? 회사 잘렸어?"
“아니 그런 거 아니야 지금 조금 막히는 일이 있어서..”
투자로 날린 금액 때문이라고는 전 아내에게 얘기하지 못한다.
분명 더 뭐라고 듣기 때문에 조용히 있는 게 낫다고 판단한다.
“애들 학원도 보내야 하고, 돈 나갈 곳 많은 거 알잖아? 그리고 그 이유로 협의이혼한 건데 왜 약속을 안 지켜?”
“다음 달에는 밀린 것까지 합쳐서 다 줄 수 있어. 조금만 기다려줘..”
“다음 달에 안 주면 애들도 못 보는 줄 알아.”
“애들은 또 왜 걸고넘어져?”
“아빠가 아빠 노릇을 해야지 도대체 생각이 있어?”
“내가 뭐 잘 되려고 그런 거지 안 주고 싶어서 그래?”
목소리가 높아지자 주변에서 사람들이 쳐다보기 시작하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아이들도 떠들면서 돌아오는 소리가 들린다.
“일단 애들 오니까 그만하고 꼭 보내 알았어?”
“그래 알았어.”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아이들이 오는 것을 보고는 더욱 화를 내지 못하고 삭힌다.
밥을 먹고 놀이공원에서 신나게 놀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저녁이 다가왔다.
실컷 놀고 온 미진이는 벌써 엄마의 등에 업혀 잠에 빠져들었다.
“이제 그만 돌아가자 미진이도 자고 있으니까”
“더 놀고 싶은데.. 지금 가면 또 아빠 못 보잖아.. 엄마 집에 같이 가면 안 돼?”
“아냐 아빠는 일이 있어서 같이 못 가는 거 알잖아. 혜진이는 떼 그만 쓰고 이제 가자.”
아이들을 보면서 머쓱해진다.
“다음 달에 또 보자 혜진아 아빠가 돈 많이 벌어서 올게 조금만 기다려줘.”
“그런 거 필요 없는데..”
혜진은 조그맣게 이야기한다.
이 말을 들었는지 말았는지 자고 있던 미진이를 안고 수연의 차에 내려놓는다.
혜진이도 수연의 도움을 받아 수연의 차에 탄다.
“그럼 아빠 다음에 또 봐!”
“그래 알았어! 곧 또 보자! 잘 들어가!”
“응!”
떠나가는 자동차를 보며 담배를 다시 꺼내 문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밀린 양육비와 날린 투자비용, 대출 이자까지 점점 내 목을 조여오는 듯한 느낌이다.
돈 한번 벌어보자고 벌인 일이 이렇게 되다니 참으로 암담하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진다.
솔직히 다음 달 양육비는 어떻게 줘야 하나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을 넘기고자 전 아내에게 거짓말을 했다.
언젠가는 잘 풀리겠지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자동차에 타고 시동을 건다.
부르릉 덜덜 부르릉 덜덜 이놈의 자동차가 또 말썽이다.
되는 일이 없으니 짜증만 나고 정비소에 가면 또 돈이 나갈 텐데 계속 돈돈돈 머릿속에는 돈 생각뿐이다.
어떻게 문제를 처리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부르르릉 시동이 걸리자 천천히 놀이공원에서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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